
봄은 언제나 무언가를 마치는 계절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계절이다. 학교를 마치거나, 일을 그만두거나, 오래 붙들었던 것을 내려놓거나. 3월은 그런 전환점들이 조용히 몰려오는 달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이 전환의 시간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다. 섭리 안에서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달 view.log는 그 질문을 함께 붙드는 자리들을 소개한다. 무대도 있고, 전시도 있다. 기독교 공연도 있고, 교회 밖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알게 된다 — 이 모든 자리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1. 마지막 책이 건네는 첫 번째 초대 - 뮤지컬 <요한계시록>

이 뮤지컬은 성경에서 가장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책, 요한계시록을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계시의 언어, 환상의 이미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심판과 구원의 서사를 어떻게 공연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광야아트센터가 창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 특별공연은 그 질문에 대한 오랜 응답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해설이나 교훈 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무대는 요한이 밧모 섬에서 받은 계시의 공간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두려움과 경배, 절망과 소망이 교차한다. 요한계시록이 단지 종말을 예언하는 책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끝까지 신실하게 살아가도록 촉구하는 편지였음을 무대는 조용히 상기시킨다.
신학적 배경이 없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지만, 말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계시록의 상징들이 추상으로 머물지 않고 드라마 속 인물의 선택과 감정으로 육화되는 경험은, 이 본문을 오래 붙들어 온 이들에게 특별한 감동이 될 수 있다. 공연 시간은 약 130분으로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뮤지컬 정보
- 장소: 광야아트센터
- 공연 기간: ~2026년 3월 14일
- 공연 시간: 월요일 오후 7시 30분 / 토요일 오후 2시, 6시
- 티켓정보: 평일 40,000원 / 토요일 50,000원
2. 교회 담 밖으로 뛰어나간 불씨들 <Born Fire: Calling Choir Gospel Live Show vol.1>

복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바울은 회당 밖 광장으로 나갔고, 예수님은 배 위에서, 산 위에서, 세리의 집에서 말씀하셨다.
콜링콰이어(Calling Show Choir)는 그 질문에 몸으로 답하는 팀이다. 블랙가스펠을 뿌리 삼되, 힙합과 트랩 비트, 스트릿 댄스와 쇼콰이어 퍼포먼스를 엮어 만든 한국 최초의 하이브리드 가스펠 합창단.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교회가 부담스럽지만 음악과 공연에는 마음이 열린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복음 앞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3월 7일 토요일 저녁, 서울 방배동 상문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이 팀의 첫 공식 라이브쇼가 열린다. 제목은 〈Born Fire〉 — 불붙은 탄생. 2년간 갈고닦은 자작곡 10곡을 포함해 총 14곡의 무대가 펼쳐지며, 라이브 밴드 연주와 댄서들의 퍼포먼스가 함께한다. 후원 여부와 관계없이 자유 입장이 가능하며, 전도 대상자와 함께 오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
공연 정보
- 장소: 서울 서초구 방배동 상문고등학교 체육관
- 일시: 2026년 3월 7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 티켓정보: 자유 관람
3. 소설이 된 서점, 서점이 된 무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작가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번아웃과 퇴직 이후 삶을 정리하고 작은 동네 서점을 여는 여성의 이야기다. 책의 온기와 글쓰기의 힘으로 각자의 상처를 천천히 치유해 나가는 등장인물들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뮤지컬은 그 소설의 결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 빠른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또 삶의 방향을 고민 중인 분이라면, 3월 안에 대학로에서 이 무대와 꼭 한번 마주하기를 권한다.
뮤지컬 정보
- 장소: 루미나아트홀
- 공연 기간: 2025년 3월 01일 ~ OPENRUN
- 티켓정보: 60,000원
4. 글로 읽는 화가, 편지로 만나는 이중섭 <쓰다, 이중섭>

이중섭(1916~1956)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특별전 〈쓰다, 이중섭〉은 그의 삶과 예술을 '글'이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한다. 전쟁과 이별의 고통 속에서 가족에게 보냈던 수십 통의 육필 편지와 엽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담긴 원고들이 공개된다.
그림이 아닌 문장으로 이중섭을 만난다는 것은 낯선 경험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향한 한 인간의 절박하고 진실한 글 앞에 서는 시간은, 어쩌면 어떤 회화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봄이 오는 3월, 그의 필체 앞에 잠시 머물러 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회 정보
- 장소: 아트조선스페이스
- 전시 기간: 2026년 1월 30일 ~ 2026년 6월 14일
- 티켓정보: 성인 8,000원 / 청소년, 어린이 5,000원
마무리하며
세상은 3월을 새 출발의 달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새 출발이란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 섭리 안에서 이미 놓여진 길을 발견하는 일이다. 오늘 소개한 무대들과 전시들이 그 발견을 위한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자리에서든,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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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