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믿음이 무대가 되는 두 장면: 뮤지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국립합창단 《헨델의 메시아》
12월의 서울은 익숙한 불빛 아래에서 매년 새로운 질문을 일으킨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 기다림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올해 마지막 view.log는 이 질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는 두 개의 무대를 소개한다. 한 공연은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의 실체를 드러내고, 다른 공연은 어둠 속에 오신 빛의 영원한 승리를 가장 웅장한 선율로 선포한다. 12월의 서울에서 만나는 두 장면 — 뮤지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헨델의 《메시아》다.
1. 북촌의 겨울 밤, 영혼의 귓가에 울리는 속삭임

C.S. 루이스의 고전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악마의 조언서’라는 역설적인 형식을 통해,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영적 전쟁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번 뮤지컬은 그 서간체의 긴장감을 무대로 옮겨,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에게 건네는 음험한 편지를 서늘하지만 매혹적인 리듬으로 풀어낸다.
북촌의 조용한 겨울 골목을 지나 나래홀에 들어서면, 마치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작은 극장에 초대된 듯한 감각이 찾아온다. 화려함 대신 절제된 조명, 밀도 높은 연기, 그리고 관객의 마음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정면적 대사가 이 공연의 힘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악의 전략’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믿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쉽게 흩어지는지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칼빈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우상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이 뮤지컬은 그 사실을 무겁게 확인하게 한다. 믿음은 거대한 결단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의 작은 순종들 위에서 지켜진다는 것을, 12월의 무대가 다시 일깨워 준다.
◈ 공연 정보
- 장소: 서울 종로구 북촌나래홀
- 공연 시간: 금요일 - 오후 7시 / 토요일 및 휴일 - 오후 1시, 3시 30분
- 관람료: 정상공연가 60,000원 / 직장인 할인, 초중고대학생 할인, SNS 할인, 3인이상 가족관람시 할인: 39,000원
2. 예술의전당에서 울려 퍼지는 영원한 선언


“For unto us a Child is born.”(우리에게 한 아기가 주어졌도다.)
헨델의 《메시아》는 단순한 오라토리오가 아니다. 전 세계가 12월마다 반복하여 부르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음악으로 고백하는 가장 장엄한 형식이다. 국립합창단이 선보이는 올해 공연은 웅장함을 넘어 메시지의 뿌리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해석으로 기대를 모은다. 성부·성자·성령의 구속사적 흐름을 따라가는 세 파트는 어둠 속에 오신 빛, 십자가의 순종, 부활의 승리를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선포로 듣게 한다.
성탄이 가까울수록 우리는 종종 분위기에 몰두하느라 정작 그 기쁨의 뿌리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메시아》의 대표 합창이 시작되는 순간, 도시의 소음과 우리의 분주함은 잠시 멈춘다. “할렐루야!” 이 외침은 오케스트라의 절정이면서 동시에,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드려야 할 고백이기도 하다.
◈ 공연 정보
- 장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시간: 2025. 12. 16. 화요일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R석 70,000원 / S석 50,000원 / A석 30,000원
12월, 다시금 기쁨의 이유를 돌아보는 시간
뮤지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우리 안의 싸움을 보여주고, 헨델의 《메시아》는 이미 이루어진 승리를 들려준다. 한 무대는 마음을 경계하게 하고, 다른 무대는 찬양으로 일으켜 세운다. 12월의 서울을 걸어가는 동안, 이 두 예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남긴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한 해의 끝에서 다시 빛을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이 향해야 할 자리와 붙들어야 할 기쁨을 예술을 통해 깊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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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