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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다는 것의 의미 — 4월, 무대와 화면이 건네는 질문들 | 문화 예술 공연 소식

by faith.log 2026. 3. 31.

부활절이 지나간 자리에 4월이 들어선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 속 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삶에 계속 말을 거는 달. 그 말걸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이번 달 무대와 화면에는 '돌아옴'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모여 있다.
 
기독교 공연 두 편, 일반 무대 두 편. 장르도 형식도 다르지만, 읽다 보면 알게 된다 — 이 모든 자리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인생 최악의 순간이 가장 축복된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말해야 했던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닿는다는 것을.


1. 인생 최악의 순간이 가장 축복된 길로뮤지컬 Return

3년 연속 대학로 기독교 성극의 스테디셀러. 이 한 줄이 이 작품의 무게를 말해준다. 유행을 타는 공연이 아니라,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어온 작품이다.
 
주인공 성한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암 소식과 강제철거가 동시에 덮친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소용돌이 같은 삶 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 시작한다. 〈Return〉은 그 여정을 통해 세 가지를 묻는다.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 가치관의 리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 사랑으로 리턴. 비전을 잃고, 기준이 흔들리고, 멘토가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 '하나님께 돌아가자'는 메시지는 어떻게 닿을 수 있는가 — 믿음의 리턴.
 
무거운 시대 진단을 품고 있지만, 무대 자체는 따뜻하다. 부모 세대의 헌신과 자녀 세대의 방황이 교차하는 가족 서사 안에 복음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비기독교인을 위한 복음할인(20,000원)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것. 이 공연이 교회 안의 위로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할인 하나가 조용히 증명한다. 신앙의 초심을 다시 붙들고 싶은 분이 혼자 앉기에도, 복음을 처음 접하는 지인과 함께 찾기에도 좋은 자리다.
 
* 공연 정보

  • 공연 장소: 시윤아트홀 (서울 종로구 대학로)
  • 공연 기간: 2026년 4월 2일(목) ~ 12월 31일(목) / 매주 목요일
  • 공연 시간: 오후 7시 30분 (1일 1회)
  • 티켓 정보: 정가 40,000원 / 유스(초·중·고·대학생) 20,000원 / 복음할인(비기독교인) 20,000원 / 친구할인(3인 이상) 23,000원
  • 예매 정보: 인터파크 티켓 / 단체 문의 02-2636-7447

2. 부활절 이후, 그분을 따른다는 것 — 〈더 초즌 (The Chosen)〉 시즌 1~5

부활절이 지나고 나면 이런 질문이 온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을까. 복음서 속 인물들에게 그 선택은 어떤 무게였을까.
 
〈더 초즌(The Chosen)〉은 그 질문을 가장 진지하게 붙들고 있는 드라마다. 예수와 제자들,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눈으로, 따른다는 것이 삶의 무게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조용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화려한 기적의 재현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과 일상에 집중하는 방식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3억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모은,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기네스북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즌 5까지 공개되어 있다. 시즌 5는 '최후의 만찬'을 부제로, 종려주일부터 겟세마네까지 고난주간 전체를 담는다. 부활절 이후 이 장면을 화면으로 만나는 것은 단순한 시청이 아니다.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다.
 
한 가지 알고 보면 좋을 것이 있다. 제작자 달라스 젠킨스가 일부 모르몬 교단 방송 채널과 협력한 이력이 있어, 개혁주의 진영 일부에서 제작 배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작품의 내용 자체는 복음서에 충실하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분별력 있게 시청하는 것이 좋다.
 
* 시청 정보

  • 플랫폼: 넷플릭스 (시즌 1~5 공개 완료)
  • 시즌 6: 2026년 전 세계 동시 공개 예정
  • 자체 앱(The Chosen App)에서도 무료 시청 가능

3. 말할 수 없던 시대, 말해야 했던 사람들 — 뮤지컬 〈헤이그〉

1907년, 나라의 외교권이 이미 박탈된 대한제국에서 세 명의 특사가 열차에 올랐다. 이상설, 이준, 이위종. 고종의 밀명을 받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로 향하는 여정이 올봄 처음 뮤지컬 <헤이그>로 무대에 오른다. 헤이그 특사 파견 120주년을 맞은 올해, 이 이야기를 초연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작품은 역사적 재현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야기의 시작은 1905년이다. 이름 없는 소설 한 편이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시대의 희망이 되던 순간에서 서사가 열린다. 글 한 편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 그 질문은 1907년의 특사들에게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세 사람의 여정은 실패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대는 묻는다 — 진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가 들어야 할 씨앗을 심은 것인가. 역사를 기억하고 싶은 이에게, 신념을 붙들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 공연 정보

  • 공연 장소: NOL 유니플렉스 1관 (서울 종로구 대학로)
  • 공연 기간: 2026년 4월 1일(수) ~ 6월 21일(일)
  • 공연 시간: 화·수·목 오후 8시 / 금 오후 4시·8시 / 토 오후 3시·7시 / 일·공휴일 오후 2시·6시
  • 티켓 정보: R석 88,000원 / S석 77,000원 / A석 66,000원 / 러닝타임 120분

4. 폭풍 속 밤, 벽에 그려진 한 장의 잎새 — 뮤지컬 〈베어만: 마지막잎새〉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어본 이라면 안다. 폐렴으로 죽어가는 화가 존시, 담쟁이 넝쿨의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 믿는 그녀, 그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 벽에 그림 한 장을 그리고 이튿날 차갑게 발견된 늙은 화가 베어만. 그 한 장의 잎새 앞에서 독자는 희생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배우게 된다.
 
뮤지컬 〈베어만: 마지막잎새〉는 소설 속 조연이었던 그 늙은 화가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평생 위대한 작품 한 점 남기지 못한 채 실패한 삶을 살아온 베어만이, 단 한 번의 행동으로 타인의 삶을 붙드는 순간을 무대는 노래로 풀어낸다. 원작을 이미 읽은 분이라면 이번엔 베어만의 눈으로 그 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위대한 희생은 늘 거창한 무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폭풍 속 밤에, 벽 앞에 혼자 서 있는 노인의 손에서 일어난다. 4월 말까지 소극장 쇠내골에서 계속된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가면 더 깊은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공연 정보

  • 공연 장소: 소극장 쇠내골 (충북 청주시 상당구)
  • 공연 기간: 2026년 4월 25일(토), 26일(일) 오후 2시
  • 공연 시간: 80분
  • 티켓 정보: 전석 55,000원 /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마무리하며


4월의 그리스도인은 이미 부활을 안고 산다. 그러니 이 달의 이야기들 앞에서 우리는 남다른 눈을 가진다. 하나님께 돌아서는 한 청년의 이야기 앞에서, 최후의 만찬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 앞에서, 열차에 올랐던 세 사람의 등 앞에서, 폭풍 속 밤의 늙은 화가 앞에서. 어느 자리에 앉든, 먼저 말씀하시는 분이 이미 거기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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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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