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책은 두말할 것 없이 성경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온전히 계시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66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우리의 구원과 삶에 관한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성경 전체를 한 번에 읽고 그 깊은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깊은 사유보다 빠른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때에 성경의 진리를 명료하게 해설해주는 신실한 저작을 곁에 두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수많은 기독교 서적들이 있지만, 필자가 가장 먼저 권하는 책은 단연 C.S. Lewis의 <순전한 기독교>이다. 출간된 지 70년이 넘었음에도 이 책이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는 것은, 그것이 시대의 유행을 좇지 않고 기독교 신앙의 본질 — 변하지 않는 진리 — 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Lewis의 저작들 중에서도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기독교 신앙의 전체 윤곽을 가장 포괄적이고 균형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무엇인가

<순전한 기독교>는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세 개의 챕터(1, 2, 4챕터)는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에 집중한다. Lewis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대주의와 기독교적 절대주의를 정면으로 대비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단순한 철학적 논쟁이 아니다. 칼빈이 <기독교 강요>의 첫 머리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이 서로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선언했듯이, Lewis 역시 도덕적 진리의 문제는 곧 하나님의 존재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예리하게 밝혀낸다.
오늘날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한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그 예수님이 누구신지, 그분의 구속 사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삼위일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한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독교는 맹목적 감성의 종교가 아니다. 하나님은 이성적이시며, 우리에게 그분 자신을 계시하셨고, 우리가 그 계시를 분명히 알고 믿기를 원하신다. 개혁 신앙은 언제나 올바른 교리가 올바른 삶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해왔다.
Lewis는 이 책의 두 번째 챕터를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이렇게 촉구한다.
"오늘 이 순간이야말로 옳은 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때입니다. 하나님은 바로 이 기회를 주려고 잠시 지체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영원히 지체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기회를 잡든지 버리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결단주의적 호소가 아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선 인간의 책임을 촉구하는 말이다. 물론 칼빈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 선택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함을 안다. 그러나 Lewis의 이 권고는 그 진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진리 앞에 선 인간이 게으름과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만약 이 책이 우리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으로만 끝났다면, 단지 훌륭한 기독교 변증서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Lewis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 챕터에서 그는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더 실천적이고 긴박한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Lewis는 먼저 일반적인 도덕에 대한 논의로 시작하여, 세상의 도덕과 기독교 윤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기독교적 도덕을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 — 사회 도덕, 성 도덕, 결혼관, 사랑, 소망, 믿음 — 은 1952년에 쓰인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오늘날의 논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것은 기독교 진리의 시대초월적 성격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이 챕터에서 필자가 가장 깊이 공명한 부분은, 기독교적 사랑에 대한 Lewis의 정의다. 많은 이들이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혹은 "나는 차가운 사람이라서" 사랑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스스로를 변호한다. 그러나 Lewis는 단호하게 말한다. 기독교적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이것은 개혁 신앙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진리이기도 하다. 우리의 감정은 타락한 본성의 영향 아래 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새롭게 된 의지는 감정이 따라오지 않을 때에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Lewis는 행위와 구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쾌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구원받기 위해서 선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구원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구원의 첫 빛줄기를 마음으로 맛보았기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칼빈주의의 핵심, 즉 성화는 칭의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진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금 우리가 <순전한 기독교>를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지금 전례 없이 많은 정보와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치관들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물질주의, 감정주의, 이기적 개인주의라는 공통된 토양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신앙인이라고 여기면서도, 세상이 추구하는 것들을 함께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순전한 기독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Lewis는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변명들을 하나씩 논리적으로 무너뜨리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성경적 진리에 근거하여 제시한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신앙의 완성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그 믿음 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점검하게 해주는 귀한 계기는 분명 될 것이다. Lewis 자신이 책의 말미에 남긴 이 한 마디는, 우리 모두가 늘 기억해야 할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자신이 신앙생활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선한 사람으로 느껴질 때는 — 특히나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낫게 느껴질 때는 — 확실히 하나님이 아니라 악마를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만 서 있는 우리가, 그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순전한 기독교>를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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