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의 뿌리를 찾아서 — 개혁주의의 현재를 묻다


우리가 개혁주의와 정통 신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교단은 단연 장로교일 것이다. 복음주의 안에는 다양한 교단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을 가장 충실히 지켜온 흐름은 장로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다소 다르다. 정통주의와 개혁주의의 뿌리가 약화되고, 신앙의 순수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얼마나 붙들고 있는가?”
스코틀랜드, 개혁의 언덕으로 돌아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돌아봐야 할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사다. 스코틀랜드는 장로교회가 가장 견고히 뿌리내린 나라로, 칼빈의 신학이 가장 철저하게 교회 구조 속에 구현된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 안에서는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을 깊이 다룬 책이 드물다. 필자의 모교인 총신대학교에서도 교회사나 청교도 사상 강의 속에서 스코틀랜드의 개혁사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 소개할 책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는 그 자체로 귀한 보석과 같다. 한국어로 이토록 체계적으로 스코틀랜드의 개혁자들과 그들의 여정을 조명한 저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낸 역사 — 웨스트민스터의 열매

이 책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역사적 맥락과 신학적 깊이를 함께 보여준다. 영국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으며 시작된 스코틀랜드 개혁 운동이 어떻게 고유한 형태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밝혀 준다. 루터와 칼빈 같은 거장들뿐 아니라, 이름조차 생소한 수많은 개혁자들의 헌신과 고난이 함께 엮여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소요리문답, 예배모범서, 장로교 정치서가 바로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열매였음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신앙의 표준으로 삼는 문서들이 단순한 신학적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피와 눈물로 지켜낸 복음의 순수성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다.
순교의 언약자들 — 피로 쓴 개혁의 역사

특히 이 책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속에서 피 흘린 수많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복음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방 땅이 아니라, 이미 ‘기독교 국가’라 불리던 유럽 한복판에서, 교회의 타락과 진리의 왜곡에 맞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은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큰 울림을 준다. 그들은 세속적 박해가 아니라, 교회 내부의 부패와 신학적 타협에 맞서 싸웠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올바른 신앙의 자유’가 그들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경각심을 갖게 한다.
개혁자들을 잊은 시대 — 복음의 싸움을 잃어버린 교회
그러나 우리는 종종 루터와 칼빈만을 기억하고, 그 외의 개혁자들이 어떤 고난 속에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는지 잊곤 한다. 심지어 루터와 칼빈 자신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개혁을 이어갔다는 사실조차 간과한다. 그러다 보니 오늘의 신앙이 진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자각 없이, 안일한 복음주의로 흘러가 버리기 쉽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 읽는 성경, 배우는 교리 모두가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켜낸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단순한 역사가 아닌, 영적 각성의 부흥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는 독자에게 단순한 역사적 지식을 넘어 영적 각성을 요청한다. 저자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개혁자들이 목숨으로 써 내려간 역사적 증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나는 어떤 신앙의 자리에 서 있는가’를 묵상하게 한다. 필자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신앙과 사역의 일상 속에서 사소한 타협들이 얼마나 쉽게 복음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는지를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그리고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려는 결단이야말로 개혁의 시작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개혁의 정신, 오늘의 소명으로

다가오는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의 뿌리를 돌아봐야 한다. 장로교의 전통이 단순한 교단의 이름이 아니라, 순수한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신앙 고백 위에 세워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는 그 신앙의 뿌리를 다시 붙들게 하는 거울이다. 신학이나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 다소 낯선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스코틀랜드 개혁의 정신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의 교회와 성도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개혁의 정신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소명이다. 그 소명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 스코틀랜드의 언덕으로,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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