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의 명소로 잘 알려진 송도 센트럴파크는 탁 트인 풍경과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나들이를 위해 찾는 장소지만, 그 한가운데 자리한 국립 세계 문자 박물관의 존재를 아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필자 역시 어느 날 평소와 다른 길로 들어섰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10월, 곧 종교개혁 기념일이 있는 이 계절만큼은 이곳을 목적지로 삼아 방문하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문자의 역사와 성경

문자를 떠올리면 흔히 이집트 상형문자나 중국의 한자를 생각하지만, 서양 문명의 기초를 형성한 것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였다. 그리고 이 문자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통로는 다름 아닌 성경이었다. 구약 성경은 히브리어로, 신약 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고, 중세에는 라틴어 번역을 통해 교회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읽혔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정신에 따라 성경은 더 이상 성직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각 나라의 백성들이 자기 언어로 읽을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번역되었다. 루터의 독일어 성경, 틴데일과 제네바 성경, 그리고 훗날 한국에까지 이른 한글 성경은 그 결실이었다.
국립 세계 문자 박물관에서 만나는 성경

세계 문자 박물관에는 이러한 역사를 증언하는 성경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오래된 신약 사본 중 하나인 코덱스 시나이티쿠스, 서구 인쇄 혁명의 상징인 구텐베르크 성경,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 그리고 한국 최초의 한글 신약인 예수성교성서까지—각 시대와 지역의 언어 속에 살아 있는 성경의 역사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10월에 가장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구텐베르크 성경과 루터 성경일 것이다. 종교개혁의 성공에 인쇄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와 하나님의 섭리



루터 이전에도 개혁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상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갈 기술적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 반면 루터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이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필사로만 가능하던 성경 제작이 인쇄술 덕분에 대량 보급되었고, 루터의 95개 반박문의 논제와 개혁 사상이 빠르게 전 유럽에 확산될 수 있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의 한 시점에서 하나님께서 섭리 가운데 인쇄술을 준비하심으로, 종교개혁이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세계적 운동으로 확장되게 하신 것이다.
박물관에는 구텐베르크 인쇄기와 금속 활자판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책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영상 자료도 함께 제공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복음을 전 세계로 퍼뜨리신 하나님의 도구였음을 상기시킨다.
종교개혁의 유산과 오늘의 과제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을 번역하고 보급한 것은 단순히 지식의 확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세 교회의 부패와 오류를 드러내고, 성경이야말로 신앙과 교회의 유일한 권위임을 확인하게 했다. “오직 성경”이라는 외침은 그저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었다.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루터와 개혁자들이 인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하나님의 사역에 쓰임받았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기술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 온라인 플랫폼, 영상과 글—이 모든 것은 단순히 세상의 문화를 즐기는 수단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faith.log의 step.log도 글과 영상이라는 통로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동참하고자 한다.
결론과 권면
10월 31일은 세상의 할로윈 축제가 아니라, 교회가 기억해야 할 종교개혁의 날이다. 국립 세계 문자 박물관에서 성경과 인쇄술의 역사를 다시금 바라보며, 루터와 개혁자들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이곳에서 직접 구텐베르크 인쇄기와 루터 성경, 한글 초기 성경들을 마주하는 경험은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니라, 신앙의 뿌리를 몸으로 체험하는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송도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는 길에서 잠시 발걸음을 옮겨 이 박물관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성경이 어떻게 번역되어 오늘 우리의 손에 들려 있는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복음을 확장하셨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새기는 살아 있는 예배가 될 것이다.
Sola Scriptura! 오직 성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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