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 12:1-2)”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톰 레이너의 《죽은 교회를 해부하다》는 죽은 교회의 특징을 이렇게 지적한다. 과거에 머물며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없으면 결국 교회는 죽어간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과연 어떤가. 복음의 생명을 잃어버리고 종교적 형식만 남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의 외형은 여전히 크고 화려하지만, 그 속에 생명력이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종교개혁주일을 기념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추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비성경적 관행에 맞서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던 그날은, 교회가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르심에 응답한 날이었다. 루터, 칼빈, 츠빙글리, 존 낙스와 같은 개혁자들은 교황과 성직자들의 사치, 성직 매매, 면죄부 판매 등 성경과 무관한 관습에 저항하며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 했다. 그들이 외친 근본정신은 오늘날까지 개혁주의 신앙의 기초가 되는 다섯 가지 원리로 요약된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이 다섯 가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교회를 살리고 신앙을 새롭게 하는 생명의 원리다.

종교개혁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가져야 할 영적 태도이다. 모든 삶의 영역을 성경의 빛 아래 두고 말씀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개혁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이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신앙은 단순한 교리적 지식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는 태도다. 바울이 로마서 12장에서 말하듯, 우리의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고, 세대를 본받지 않으며, 말씀으로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이 바로 개혁의 삶이다.

오늘 우리의 교회 현실을 돌아보면, 중세 교황제의 왜곡된 권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보인다. 교회의 건물과 규모가 신앙의 척도로 평가되고, 목회자의 말과 간증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큰 권위를 얻으며, 세속적 마케팅과 영상 매체가 성령의 역사를 대체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그렇기에 지금은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은 위대한 신학자나 유명한 목회자 한 사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 없는 평범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씀 앞에서 변화될 때 시작된다. 가정이 변하고, 교회와 공동체가 변하며, 일터와 사회가 변할 때 비로소 세상이 새로워질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며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혁은 반드시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10월 31일을 종교개혁의 날보다 ‘할로윈 데이’를 더 크게 기념하는 사회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귀신과 괴물 분장을 즐기며 육신의 정욕을 따르는 문화가 교회 안으로까지 들어오고 있다. 말씀보다 세상의 풍조를 좇는 풍경이 점점 당연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의 달을 맞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말씀 앞에서 내 삶을 날마다 점검하며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가. 내가 속한 가정과 교회와 공동체 안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세상의 문화와 유행에 물드는 대신, 오직 성경을 기준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살아 있는 자라면 반드시 변화가 나타난다. 죽은 자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내가 신앙생활을 오래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말씀 앞에서 변화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죽은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그 삶을 살 수 있는가. 답은 성경 안에 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길을 따르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독교인의 삶이다. 날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내 삶을 비추어 보고, 그 말씀을 내 일상 속에서 적용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 한 사람의 변화가 가정을 바꾸고, 공동체를 새롭게 하며, 사회를 변혁한다. 이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정신이며, 오늘도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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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의
총신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영창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프리셉트 성경연구원의 연구원이자 강사로, 말씀을 삶 속에 새기며 신앙과 일상을 잇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주님을 찬양하며, 주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여 선한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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