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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온기 — 〈다이다이 서점에서〉

by faith.log 2026. 4. 20.

제주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일본의 독립서점 이야기

faith.log의 독자라면 지난 3월 spot.log 코너에서 제주도의 독립서점들을 소개한 칼럼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방문했던 서점 중 하나인 '사서책봥'의 입구 쪽 책장에서 오늘 소개할 〈다이다이 서점에서〉를 처음 만났다. 필자는 보통 저자와 내용을 먼저 확인한 뒤 책을 살지 결정하는 편인데, 이 책은 겉표지만 보고서도 바로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부를 잠깐 훑어보니 그 마음은 더욱 확실해졌고,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제주의 독립서점에서 일본의 독립서점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책의 첫인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면서 프로가 되는 거니까" — 한마디의

지난번 read.log Ⓛ에서 소개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서점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책은 소설이었던 반면, 〈다이다이 서점에서〉는 실제 구마모토에 위치한 '다이다이 서점'을 둘러싼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이 책의 저자이자 다이다이 서점을 운영하는 다지리 히사코와 개업 당시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무라모토의 이야기다. 다지리 히사코는 처음에 카페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소를 계약하고, 누구나 그렇듯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마음으로 준비를 이어가던 중, 공사를 맡았던 무라모토가 무심한 듯 한마디를 건넸다. "하면서 프로가 되는 거니까, 괜찮아." 그런데 그 말이 마음 깊이 새겨져 오랫동안 용기와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크고 작은 도전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은 때로 버겁게 느껴진다. 그 무게가 쌓여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하고, 몸의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조용히 일깨운다.


속에 잠든 시간들

필자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이를 업으로 삼다 보니 집에 적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다. 그중에는 소장 가치가 크지 않은데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책들이 있다. 〈다이다이 서점에서〉에도 꼭 그런 감각을 건드리는 대목이 있었다.

“빛바랜 잡지를 지금도 몇 권 갖고 있다. 몇 차례 이사를 했지만 버리지 않은 건, 페이지를 넘기면 젊은 날의 내가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은 때로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책을 읽던 시절의 내 모습이 책 속에 투영되어 있어, 펼칠 때마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여러 시기에 걸쳐 읽은 책일수록 다양한 나와 조우할 수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책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필자의 습관에 저자가 듬직한 변명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작은 손짓 하나가 건네는 위로

책에는 한센병 환자 세키 씨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세키 씨는 저자가 발행하고 편집하는 문예지 《아르텔》에 글을 써주었던 인물로, 저자가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처음 세키 씨를 만난 날, 헤어질 때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세키 씨는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띠며 악수했다. “그럼, 나도”라고 나미토코 씨도 손을 내밀었다. 이때의 웃는 낯이, 세키 씨가 내게 보여준 웃는 얼굴 중에 제일 기뻐보였다. 요양원 밖에서 온 사람과 살을 맞댄다는 것은 특별한 일임에 틀림없다. 서케 씨에게 요양원의 높은 담장은 사라졌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진짜 힘이 되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다. 많은 경우 너무 큰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이 이야기는 그 생각을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필자도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은, 옆에서 묵묵히 함께해준 아내와 가족이었다. 결국 사회적 약자이든 가까운 이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진심 어린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서점을 넘어, 사람을 향해

처음에는 독립서점 이야기라는 소재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만나게 된 것은 단순한 서점 에세이가 아니었다. 다이다이 서점이 자리한 구마모토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필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고, 어느 순간 조용한 위로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세상의 속도에 지쳐 스스로가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피로를 조금 덜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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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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