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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by faith.log 2026. 3. 20.

쉼이 없는 사회, 쉬지 못하는 사람들

현재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지금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물질적 성공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때 행복이나 삶의 질, 자아성찰 같은 기준은 뒤로 밀려나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 중심의 사회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가속화한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요구되는 지적·기술적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사실은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물질적 성공을 위해,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리면서, 잠시 멈추거나 쉬는 것을 나약함이나 실패로 여기는 시선이 강해진다. '미라클모닝'이나 '갓생' 같은 유행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이 흐름은 더욱 빨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결국 가치의 전도를 불러온다. 물질적 가치 외의 것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휴식이나 쉼은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의 핑계처럼 치부된다. 그 결과는 우리 주변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갓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옆에서, 번아웃과 우울증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 사회의 상태를 말해준다.

시스템 속에서 달리다 쓰러진 사람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이 현실을 소설의 언어로 독자에게 건넨다. 등장인물들은 성공과 물질적 가치를 쫓는 사회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왔지만,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책은 그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천천히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함께 담는다.
 
주인공 영주는 어린 시절 부모의 사회적 실패를 목격하며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게 된 사람이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에, 사회에 나와서는 일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심지어 결혼도 그 연장선에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과 우울증이 그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더 이상 일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게 되고, 사회가 말하는 성공에도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한다. 결국 그녀는 가족과 거리를 두고 나서야 비로소 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녀가 무너진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것을 오랫동안 쏟아냈기 때문이다. 더 슬픈 것은, 그런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영주 개인을 바라보는 대신,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로 그녀를 평가하고 몰아세웠다. 책 속에서 영주와 인터뷰를 하는 작가 아름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절로 성공을 향해 무한 질주하게끔 설계된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이 한 문장이 이 소설 전체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인물 민준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치원 시절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던 순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대학, 더 높은 학점, 더 좋은 직장. 그러나 취업 시장에서의 반복적인 실패는 그를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로 몰아넣는다.

"모닝 알람, 사회적 시선, 부모의 한숨, 끝없는 경쟁, 비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소설 속 허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삶의 목적이 뒤바뀐 사회 속에서,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회복은 가능하다

다행히 이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각자의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또 다른 축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회복의 과정에도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상처를 준 것도 사람이었고, 치유를 이끈 것도 사람이었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사실이 오히려 현실에 가장 가깝다.

"세상 어딘가엔 먼저 널찍한 구멍을 뚫어 놓고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거야. 찾아온 사람이 단추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면서.”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지친 나 자신에게 먼저 그런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모두에게 같은 목표를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삶의 방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지금 조금 지치고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볼 것을 권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민준의 이 다짐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민준은 이제 그만 흔들리기로 했다.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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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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