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련님》을 들고 걷는 마쓰야마 도고온천
faith.log의 read.log를 꾸준히 읽어 온 독자라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 spot.log는 그 소설의 무대가 된 일본 시코쿠 마쓰야마의 도고온천과 그 주변 거리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 속에서 만난 장면을 실제 거리에서 다시 마주하는 일은 소도시 여행에 또 하나의 층을 더한다. 필자가 걸어 본 도고는 온천 마을이면서, 한 권의 소설이 백 년 넘게 머물러 있는 동네였다.
소세키의 마쓰야마 1년이 《도련님》의 바탕이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가 마쓰야마에 온 것은 1895년 4월 9일이다. 그는 마쓰야마중학교의 영어 교사로 부임했고, 마침 그 전해에 도고온천 본관이 새로 지어졌다. 부임 한 달 뒤 소세키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 온천을 크게 칭찬했다. 8전을 내면 3층에 올라가 차와 과자를 먹을 수 있고, 목욕을 하면 머리까지 비누로 씻어 준다는 내용이었다. 마쓰야마 생활은 이듬해 4월 구마모토로 옮기면서 1년 남짓으로 끝났다.
그 1년의 기억은 10년 뒤 소설이 되었다. 1906년 문예지 《호토토기스》에 발표한 《도련님》은 도쿄 출신의 고지식한 청년이 시코쿠의 한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부임하며 겪는 소동을 그린다. 소설은 마을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곳이 마쓰야마라는 것을 안다. 지금의 마쓰야마는 그 사실을 거리 곳곳에 새겨 두었다.
'스미다 온천'은 지금도 도고온천 본관으로 남아 있다


소설 속에서 도고온천은 '스미다 온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마을의 거의 모든 것을 도쿄에 비해 형편없다고 깎아내리지만, 온천만은 훌륭하다고 인정하며 매일 드나든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소설의 웃음을 책임진다. 들고 다니던 커다란 서양 수건이 탕에 물들어 붉게 보이자 학생들은 그를 '빨간 수건'이라 부른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넓은 탕을 헤엄치며 놀다가, 어느 날 '탕 안에서 헤엄치지 말 것'이라는 커다란 벽보와 마주치기도 한다.
1894년에 지은 도고온천 본관은 1994년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2019년부터 5년 반에 걸친 보존 수리를 마치고 2024년 7월 다시 모든 공간을 열었다. 이 건물 안에는 소설의 장면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미노유 남탕 벽에는 '도련님 헤엄치지 말 것'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본관에서 빌려주고 판매하는 수건이 빨간색인 것도 소설 속 '빨간 수건' 대목에서 비롯되었다. 3층에는 소세키를 기념하는 '도련님의 방'이 있다. 1966년 소세키의 사위인 문인 마쓰오카 유즈루가 이름을 붙인 이 방에는 소세키의 맞선 사진과 흉상, 그리고 마돈나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모델 사진이 걸려 있다.
본관 주변 골목에서 소설의 첫 문장과 인물들을 만난다


본관 동쪽 길가에는 〈소세키 도련님 비〉가 서 있다. 비석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무모함 때문에 어릴 적부터 손해만 보아 왔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원고지 칸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 소세키의 자필 원고를 바탕으로 옮긴 글씨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그 첫 문장 하나로 주인공의 성격 전부가 떠오를 것이다.

상점가 한쪽에는 《도련님》의 등장인물들이 나란히 선 조형물이 있다. 도련님과 마돈나, 의리 있는 동료 야마아라시, 교활한 교감 아카샤쓰, 그 곁을 따라다니는 노다이코, 교장 다누키, 그리고 마돈나를 빼앗기는 우라나리까지 일곱 인물이다. 앞에 놓인 벤치에 앉으면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누가 누구인지 맞혀 보는 재미가 따로 있다.


본관에서 조금 걸으면 2017년 문을 연 별관 아스카노유가 나온다. 본관이 수리에 들어가는 동안 여행자를 맞기 위해 지은 이 건물은 아스카 시대의 건축 양식을 본떴다. 중정에는 쇼토쿠 태자가 도고온천을 찾아 경치를 찬미했다는 비석을 재현해 두었다. 도고온천이 소세키 이전부터 오래도록 글과 이야기의 무대였음을 보여 주는 자리다. 현재 이 일대의 바닥과 창을 덮은 화사한 꽃무늬는 사진작가 니나가와 미카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2027년 2월 말까지 도고온천 곳곳에 전시된다.
하이카라도리의 경단이 소설 속 장면을 이어 간다

도고온천역에서 본관까지는 '하이카라도리'라 불리는 상점가가 이어진다. 이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련님 경단'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온천 마을의 경단집에서 경단을 사 먹었다가, 다음 날 교실 칠판에서 "경단 두 접시 7전"이라는 낙서를 발견한다. 시골을 실컷 흉보던 주인공이 드물게 맛있다고 인정한 먹거리가 바로 이 경단이었다. 다이쇼 시대에 이 장면을 따서 만든 삼색 경단은 지금 도고를 대표하는 명과가 되었다. 온천을 나와 경단 한 꼬치를 사 들면, 소설 속 주인공이 학생들의 눈을 피해 경단을 먹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도고온천역 앞에서 '성냥갑 같은 기차'를 만난다

대중교통으로 도고를 찾는다면 도고온천역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 역은 소세키가 부임한 1895년에 문을 열었고, 지금의 역사는 1911년에 지은 옛 건물을 복원한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배를 타고 항구에 내린 뒤 작은 기차로 갈아타 시내로 들어간다. 그는 그 기차를 '성냥갑 같은 기차'라고 부르며, 출발하자마자 금세 내려야 했다고 투덜거린다.
그 기차가 지금은 '봇짱 열차', 곧 '도련님 열차'라는 이름으로 다시 달린다. 2001년 당시의 모습을 본떠 복원한 이 열차는 디젤로 움직이지만 굴뚝에서 수증기로 연기를 흉내 낸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만 운행하며, 운행하지 않는 날에는 역 앞에 서 있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역 앞 광장 호조엔에는 봇짱 카라쿠리 시계가 있다. '봇짱'은 '도련님'의 일본어 표현이다. 본관 건립 100주년을 기념해 1994년에 세운 이 시계는 본관 지붕 위의 진고각을 본떠 디자인했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시 정각이 되면 음악과 함께 시계가 위로 솟아오르고, 도련님과 마돈나를 비롯한 소설 속 인물과 입욕객 인형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3·4·8·11월과 골든위크, 연말연시에는 30분마다 공연한다. 시계 옆에는 무료 족욕탕이 있어 공연을 기다리며 잠시 발을 담그기에 좋다.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도시를 다르게 읽게 한다
도고온천은 온천만으로도 찾아갈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그러나 《도련님》을 읽고 이 거리를 걸으면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탕 벽의 팻말과 빨간 수건, 경단 한 꼬치와 작은 기차가 모두 한 편의 이야기 속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마쓰야마로 떠날 계획이 있다면 가방에 《도련님》 한 권을 넣어 가기를 권한다. 출발 전에 읽어도 좋고, 온천을 나와 족욕탕에 발을 담근 채 읽어도 좋다. 이 소설이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faith.log의 read.log코너에서 《도련님》 서평으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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