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구의 창고에서 다락방 헌책방까지, 다카마쓰 책방 투어
요즘 한국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도시가 있다. 시코쿠 가가와현의 다카마쓰다. 다카마쓰는 우동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우동 투어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많고, 주변의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섬 여행의 출발지로도 사랑받는다. 그러나 우동과 섬 말고도 다카마쓰를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책방을 따라 걷는 다카마쓰 책방 투어다. 이번 글에서는 바다를 품은 북카페 ‘우미에(Umie, ウミエ)’, 책방지기의 안목이 빛나는 동네 책방 ‘루누강가(Lunuganga, 本屋ルヌガンガ)’, 그리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헌책방 ‘나타쇼(Natasyo, なタ書)’를 소개한다.
‘우미에’는 곡물 창고였던 기타하마 앨리에서 바다와 책을 함께 내어 준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기타하마 앨리(北浜alley)에 자리한 북카페 ‘우미에’다. 기타하마 앨리는 쇼와 초기에 지어진 항구의 곡물 창고들을 리노베이션한 작은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오래된 창고 건물의 골격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둔 채, 지금은 카페와 갤러리, 바, 헤어살롱, 인테리어 숍 등이 들어서 있다.
‘우미에’는 이 기타하마 앨리의 한 건물 2층에 있다. 북카페로 올라가는 길은 레트로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서, 창고 거리의 분위기가 카페 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잡지와 책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카페 곳곳에도 책이 놓여 있어서 음료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 들게 된다.
‘우미에’의 가장 큰 매력은 정면 창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다. 창가에 자리를 잡으면 바다를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고, 책과 함께 느긋하게 쉬어 갈 수 있다. 다카마쓰의 바다와 책을 한자리에서 누리고 싶다면 ‘우미에’가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Umie · 3-2 Kitahamacho, Takamatsu, Kagawa 760-0031 일본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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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루누강가’는 책방지기의 안목으로 동네 책방이 나아갈 길을 보여 준다


국내 독립서점을 찾을 때 느끼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다카마쓰에서 그 감성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책방 루누강가’다. 이곳은 “앞으로의 동네 책방”을 만들겠다는 뜻을 품고, 전직 서점원이었던 나카무라 유스케, 료코 부부가 2017년에 문을 연 서점이다. 책방의 이름 루누강가는 스리랑카의 건축가 제프리 바와가 가꾼 별장 겸 정원의 이름과 같아서, 이름부터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루누강가’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독립서점들처럼 책방지기가 자신만의 안목으로 책을 고른다는 점이다. 도매상이 보내 주는 배본에 기대지 않고 책방지기가 직접 책을 골라 들이기 때문에, 서가에는 화제작이나 베스트셀러보다 책방지기가 엄선한 책들이 중심을 이룬다. 주요 장르는 문예와 인문, 생활, 그림책 등이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비교적 쉬운 일본어로 쓰여 있고,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림으로 만나는 책은 글로 만나는 책과는 또 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루누강가’는 오랜만에 그림책의 세계로 돌아가 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큐레이션만큼 인상적인 것은 책방 안팎을 채운 따뜻한 분위기다. 붉은 계열의 벽돌 외벽과 입구에 놓인 식물들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고, 그 온기가 서점 안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서점 가장 안쪽에는 책을 읽으며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잠시 앉아 읽다 갈 수 있다. ‘책방 루누강가’는 동네 책방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곳이다.
Lunuganga · 11-13 Kameicho, Takamatsu, Kagawa 760-0050 일본
★★★★★ ·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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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쇼는 예약한 손님에게 다락방 같은 헌책방을 통째로 내어 준다


다카마쓰 상점가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헌책방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외 책 애호가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 ‘나타쇼’다. ‘나타쇼’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히라가나 나(な), 가타카나 타(タ), 한자 쇼(書)를 한데 엮어, 일본어의 세 가지 문자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이름을 만들었다.
‘나타쇼’의 가장 큰 특징은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필자도 방문 전에 메일로 예약을 했다. 예약한 시간 동안에는 책방 전체를 빌린 상태로 책을 고를 수 있다. 손님이 원하면 책방지기와 다카마쓰 동네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다카마쓰의 다른 서점들을 소개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공간 그 자체다. 책방지기가 오래된 건물 내부를 직접 DIY로 리노베이션해서, 소박한 외관과는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 냈다. 안으로 들어서면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헌책방이나 책이 가득 쌓인 다락방에 들어온 듯하다. 내부는 여러 작은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공간 덕분에 최근에는 영화 촬영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가에는 예술과 사상, 철학부터 실용서와 아동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이 채워져 있어서 여러 종류의 책을 두루 만나 보기 좋다. 다만 헌책방인 만큼 책의 상태는 책마다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공간만 둘러보고 나올 때는 공간 이용료를 내야 한다. 책을 구매할 때는 공간 이용료가 포함되어, 중고 서적이라도 새 책과 같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점도 미리 알아 두자. 그럼에도 다카마쓰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은 이색적인 헌책방을 경험하고 싶다면, ‘나타쇼’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なタ書 · 2-chome-9-7 Kawaramachi, Takamatsu, Kagawa 760-0052 일본
★★★★☆ · 중고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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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는 우동과 섬 너머 책으로도 여행할 수 있는 도시다
다카마쓰라고 하면 흔히 다양한 우동을 맛보러 가는 여행지나 주변의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여행지를 떠올린다. 물론 다카마쓰는 우동의 고장이자 섬 여행의 관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카페와 동네 책방, 헌책방처럼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공간에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며 인문학적 감성까지 채우고 싶다면, 다음 여행지로 다카마쓰를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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