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함께 걷는 여행, 제천의 독립서점들
수도권에서 가까운 여행지 중 하나로 충청북도 제천을 꼽고 싶다.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좋고, 하루 묵어가는 1박 2일 여행지로도 부족함이 없다. 오늘 spot.log에서는 제천에 자리한 책과 관련된 공간들을 소개하며 조금은 색다른 제천 여행을 안내하려 한다. 제천에서 인문학적 감성을 채우고, 잠시나마 일상의 답답함을 내려놓는 시간을 만나기를 바란다.
저수지 앞 작은 동네 책방, '안녕, 책'




처음 소개할 곳은 한적한 동네 책방 '안녕, 책'이다. 대부분의 서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안녕, 책'은 그런 통념을 완전히 내려놓게 만드는 서점이다. 서점 앞으로는 저수지가 펼쳐지고, 밭과 공터가 시야에 들어온다.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높은 담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한적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책방은 책방지기가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 옆에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방지기가 집에서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작은 책방을 직접 열고 싶어 하는 필자에게는 더없이 이상적인 형태의 책방이었다. 실제로 이곳에 다녀온 뒤 필자는 이런 방식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도록 품게 되었다.
책방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책방지기의 안목이 그대로 담긴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작은 책방을 찾을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책방지기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을 골라둔다는 점이다. 마치 오마카세 식당에 앉아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설렘이 있다. '안녕, 책'에서도 그 설렘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큐레이션 된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이 유독 즐거웠던 책방이다.
커피와 책과 음악이 한 공간에 머무는 '우주산책'




'우주산책'은 앞서 소개한 곳과 달리 독립서점은 아니다. 다만 그만큼 독특한 공간이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책이 눈에 들어오고, 그 책 대부분이 판매용이라는 점도 함께 확인하게 된다. 책을 둘러보다 보면 안쪽으로 다양한 소품들도 진열되어 있어, 서점과 소품샵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책과 소품을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곳이 왜 카페인지 알려주는 공간이 나타난다. 커피를 주문하면 직접 원두를 사용하여 커피를 내려주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 뒤편으로는 많은 양의 LP판과 스피커, 턴테이블이 놓여 있어 커피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로 이어진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사람이 손수 LP판을 갈아 끼워 들려주는 아날로그적인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이렇게 감성적인 공간에서 가져온 책이나 이곳에서 산 책을 펼쳐 시간을 보내면 인문학적으로 완벽한 휴식이 된다. 서점은 아니지만 책과 함께 아날로그의 온기를 느끼기 좋은 카페, '우주산책'이었다.
6주마다 새 출판사를 만나는 서점, '북샵 알레프'




제천에 온다면 꼭 들러야 할 독립서점이 있다. 바로 '북샵 알레프'다. 대부분의 독립서점은 책방지기가 고른 책들로 채워져 각기 전문적인 색깔을 지닌 서가를 이룬다. '북샵 알레프'는 이러한 독립서점의 특징을 책방지기가 아닌 출판사가 직접 꾸리도록 만든 독특한 서점이다. 6주 동안 오직 한 출판사의 책만 전시하고 판매하기에, 방문할 때마다 그 출판사만의 색이 담긴 책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서점의 이름은 히브리어 첫 글자 '알레프'에서 왔다. 알레프는 무한한 빛과 힘을 뜻하며, 책을 통해 무와 무한 사이를 오가고자 하는 서점의 지향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러한 지향에 맞게 이곳에는 독특한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내면의 방, 자기만의 방 등 책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그것이다. 덕분에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오롯이 책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6주마다 출판사가 바뀌고 전시되는 책도 함께 바뀌는 서점이기에, 언제 방문해도 새로운 주제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내면의 방과 자기만의 방에서 책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이 서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뉴문 스테이와 북 스테이를 이용하면 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제천에서 온전히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찾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북샵 알레프'다.
책을 만나기 좋은 도시, 제천
그동안 제천이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의림지만 생각났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제천은 책을 만나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였다. 지방 소도시 중에 이렇게 독립서점이 많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다양한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각 서점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곳도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나 이틀,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천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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