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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에서 만나는 감성 서점 | 아크앤북 광안리점, 밤산책방, 주책공사

by faith.log 2026. 2. 6.


부산에는 참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오늘은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 혹은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풍경과는 조금 다른 부산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에는 맛집과 카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즐비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우리의 감성을 조용히 채워주는 장소들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글의 주인공은 바로 부산 광안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감성적인 서점들이다.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아크앤북 광안리점, 밤산책방, 그리고 주책공사이다. 그중에서도 밤산책방과 주책공사는 독립서점으로,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욱 깊고 특별하다.


감각적인 공간에서 책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만나다아크앤북 광안리점

아크앤북 은 ‘책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도심 속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서점이다. 이곳은 Daily, Weekend, Style, Inspiration이라는 네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책과 상품을 큐레이션하며, 일상의 기록과 영감을 제안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아크앤북 광안리점을 방문해보면 이러한 방향성이 공간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매장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층은 서점과 라이프스타일 상품 공간, 위층은 전시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미피 관련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책과 함께 전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이 단순한 서점을 넘어선 문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의 구조였다. 서점 중앙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서로 스쳐 지나가듯 설계되어 있어, 책과 사람, 그리고 공간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졌다.
 
규모가 큰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아크앤북 광안리점은 대형 서점 특유의 무질서함 대신 잘 정리된 큐레이션을 보여준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때, 테마별 진열은 새로운 선택의 힌트가 되어준다. 늘 비슷한 취향의 책만 집어 들게 되는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책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 마치 광안리에 사는 지인이 조심스레 책 한 권을 추천해주는 느낌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책과 함께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품과 상품들은 여행의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이 되어준다. 책, 문화, 그리고 여행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아크앤북 광안리점은 충분히 머물러볼 가치가 있다.


밤의 감성 속에서 만나는 24시간 무인책방밤산책방

밤산책방은 아크앤북 광안리점에서 도보로 약 5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골목 끝에서 바다를 마주하는 위치 덕분에 낮에는 광안리 해변의 풍경이 은근히 스며들고, 밤에는 한층 더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서점이라는 점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밤산책방만의 분명한 장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은 시간, 혹은 여행 일정이 모두 끝난 밤에 조용히 들러 책을 고를 수 있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위로로 다가온다.
 
여행 중에는 낮 시간을 대부분 관광에 쓰게 되기 마련인데, 밤산책방은 그런 일정 사이에 가볍게 들르기에도 적당하다. 부산의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골목 속에서 독립서적을 만난다는 점에서 이곳은 더욱 특별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벽면에 재생되는 해변 영상 덕분에 외부와 내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책들 또한 빽빽하게 채워져 있기보다는, 선별된 책들이 여백을 두고 놓여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천천히 둘러보라는 무언의 초대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형태부터 색다른 책들도 만날 수 있다. 필자가 구입한 책은 사진, 영상, 글이 함께 구성된, 마치 여행 비행기 티켓처럼 만들어진 책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작품이었다. 밤산책방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자 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가장 ‘독립서점다운’ 독립서점 – 주책공사

주책공사는 앞선 두 서점이 위치한 광안리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민락동에 자리하고 있다. 광안리 해변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다. 필자가 부산에 오기 전부터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독립서점이 바로 이곳이었다. 여러 후기를 통해 ‘가장 독립서점다운 독립서점’이라는 인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그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주책공사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처음부터 책방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이름 역시 인상적인데, ‘주책공사’의 ‘주’는 주님을 의미하고, ‘공사’는 책으로 사람들의 삶을 짓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데, 책방지기는 이를 두고 “책은 쉬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공간 전체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책방지기의 이력 또한 이 공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스무 살에 신학교에 들어가 12년간 목회를 준비했고, 이후 외식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거쳐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책방을 연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은 책을 쓰고, 만들고, 읽고, 팔고, 삽니다. 책은 사람을 잇습니다. 제겐 책 그 자체가 사람입니다.” 이 말은 주책공사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주책공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생일책’이다. 생일책은 박스에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며, 외부에는 날짜만 적혀 있다. 책방지기는 초판 발행일을 기준으로 책을 준비해 두고, 방문자의 생일과 같은 날짜에 출간된 책을 추천한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박스를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기다림마저도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작은 서점이자 작은 도서관에 가깝다. 책장마다 붙어 있는 손글씨 소개 쪽지, 그리고 실제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은 책방지기가 얼마나 진심으로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구입한 책뿐 아니라 비치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책과 함께 걷는 부산, 그리고 광안리


부산은 낭만적인 도시다. 그러나 그 안에 살다 보면, 혹은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낭만을 놓치기 쉽다. 늘 비슷한 동선, 비슷한 목적지 속에서 부산은 어느새 익숙한 도시가 된다.
 
이번에는 광안리에서 책을 만나보는 여행을 제안하고 싶다. 책을 고르고, 추천받고, 그 여운을 안은 채 해변을 천천히 걷는 시간은 생각보다 깊은 감각을 남긴다. 아크앤북, 밤산책방, 주책공사는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과 일상을 연결하고 있다.
 
광안리의 바다를 바라보며, 혹은 골목의 조용한 밤을 지나며 만난 한 권의 책이 당신의 여행에 또 하나의 기억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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