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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앞에 서는 법,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by faith.log 2026. 6. 11.

고통 앞에 서는 법,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현실의 문제 앞에 서게 된다. 그 문제들은 실질적인 고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통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고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그만큼 진지한 답변을 요구한다. 오늘 read.log Ⓕ에서 소개할 책은 그 답변을 정면으로 다루는 C.S. 루이스의 변증 시리즈 가운데 하나, 《고통의 문제》다.


하나님의 전능과 선하심: 고통을 이해하는 출발점

고통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님과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붙들지 않고서는 고통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이스도 이 점을 의식하면서, 총 10장 가운데 2장부터 5장까지를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논의에 할애한다. 특히 하나님의 전능과 선하심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하나님의 전능은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시지 못하는 이유가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루이스는 이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신다.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하나님께서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는 경우에 한정된다. 하나님은 전능하시되, 그 능력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사용하신다.
 
하나님의 선하심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사랑을 친절함으로 오해한다. 마치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도 다 예쁘게 봐주는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처럼 하나님을 그린다. 그러나 루이스는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한다.

“아버지는 당연히 아들을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아들보다 뛰어난 지혜로 판단하건대 좋다고 여겨지는 모습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권위를 사용합니다.”

 
인간은 중심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 아니며, 인간도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이 기쁘게 머물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지음받았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목적이다.


인간의 악함과 타락: 고통의 기원

하나님의 전능과 선하심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인간의 악함과 타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고통의 기원을 올바르게 볼 수 있다. 루이스는 죄의 옛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는 죄를 수치심 정도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습관적인 죄를 예외적인 실수인 양 암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죄가 사라진다는 환상을 품게 만든다. 루이스는 이에 단호히 말한다.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죄책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죄책을 씻어 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회개와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루이스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하면서 죄를 교만의 결과로 설명한다. 피조물이 제 자리를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려 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했다. 창조의 목적, 곧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외면하고 자기 뜻대로 살려 한 것이 죄악의 시작이었다. 결국 인간은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스스로 우상이 되어 완전히 타락했다. 루이스의 결론은 분명하다. 우리는 단순히 개선이 필요한 불완전한 피조물이 아니라,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할 반역자들이다.


고통이 지닌 의미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이해 위에서 비로소 고통의 의미를 볼 수 있다. 고통은 악인에게 개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삶이 평온하고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돌아갈 때, 우리는 생각보다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 하나님은 고통을 통해 우리가 그분께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두신다.
 
루이스는 인간이 오랜 시간 하나님의 왕권을 찬탈하고 자치권을 행사한 결과, 굳어진 욕망의 체계를 물려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다시 하나님께 우리의 자아를 완전히 양도하는 일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고통 가운데 은혜를 베푸시고 모범을 보여 주신다. 루이스는 순교를 변함없는 기독교 정신의 최고 실현이자 완성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최고의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 주신 분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다. 순교자만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목숨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믿음을 지킨 사람들 역시 구원받는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께 돌아온 뒤에도 고통은 계속되는가. 루이스는 이를 다양한 예시로 보여 준다. 그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것은 복부의 갑작스러운 통증이라는 예시였다. 처음에는 당혹감 속에서 일상의 행복들이 부서진 장난감처럼 흩어진다. 그리고 마지못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이미 견지하고 있어야 했던 마음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유일한 진짜 보배는 그리스도뿐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그러나 위협이 물러가는 순간, 인간의 본성은 다시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향해 달려간다. 루이스의 말이 맞다.

"시련의 필요성은 이처럼 너무나 분명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통의 문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익한 책이다. 평소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루이스가 안내하는 고통의 실재와 그 방향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찾아온 고통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에 필자도 건강의 문제를 경험했다.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 더 깊이 의지하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더 진지하게 묻게 되었으며, 삶의 방향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고통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통의 문제》는 바로 그 물음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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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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