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의 학교, 〈예수님의 기도〉

사람은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루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나님을 믿는 이라면 누구나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기도와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의 경우 성경 읽기와 필사, 성경 공부를 통해 차근차근 훈련해 가는 방법이 있어 비교적 접근이 쉽다. 하지만 기도는 다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한 상황에서 도서출판 다함이 출간한 유상섭의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누가복음이 증언하는 기도하시는 예수님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우리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은 예수님이다. 〈예수님의 기도〉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앞부분에서는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살피고, 뒷부분에서는 그 기도를 배운 제자들의 변화된 삶을 추적한다.
저자는 누가복음에 주목한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기도를 특별히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예수님의 기도 장면들과 기도에 관한 직접적인 가르침들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기도의 리듬
저자가 제시하는 기도의 첫 번째 모범은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의 기도'다. 예수님의 기도는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만 드리는 일회성 행위가 아니었다. 저자에 따르면 누가는 헬라어 미완료 시제를 사용하여 예수님의 기도가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었음을 강조한다.
예수님은 인기가 절정에 달해 수많은 무리가 몰려오던 시기에도 습관을 따라 한적한 곳이나 산을 찾아 기도의 자리를 지키셨다. 우리는 사역이 잘 될 때 도리어 더 많은 일을 감당하려 하지만, 예수님은 그와 반대로 사역을 내려놓고 사람들의 곁을 떠나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셨다.
세례를 받으실 때부터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실 때까지, 예수님의 전 생애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치는 '기도의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삶도 그와 같이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
나의 원함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

두 번째 모범은 자신의 뜻을 꺾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순종의 기도다. 저자는 이것을 '하나님의 기도'라고 표현한다. 누가는 산상 철야기도를 묘사하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기도 안에서 밤을 지새우셨다"는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저자는 이것이 예수님께서 전적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사로잡힌 기도를 드렸음을 보여 준다고 강조한다. 이 순종의 기도가 완성되는 장면이 바로 겟세마네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시는 일을 기도로 준비하셨다.
저자는 우리의 기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말한다. 기도의 출발점은 개인적인 위기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기도가 깊어질수록 결국 '나의 원함'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기도 안에서 하나님의 기도가 나타나야 한다.
사역의 성과보다 앞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세 번째 모범은 기도가 단순히 사역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 그 자체임을 가르쳐 준다. 저자는 예수님께서 기도를 단순히 무엇을 구하는 요청으로 보지 않으셨음을 강조한다.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며 누리는 친밀한 대화와 사귐, 그것이 기도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가 고침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성공적인 사역의 현장 뒤편에서도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군중을 피하셨다. 예수님께서 가장 기뻐하며 감사 기도를 드리신 장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자들의 사역적 성과보다 그들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 곧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실을 성령 안에서 기뻐하며 감사 기도를 드리셨다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기도를 단순한 요청의 수단이 아닌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로 삼아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먼저 감사해야 할 것이 하나님의 자녀됨이라는 사실 또한 되새기게 한다.
기도의 실천이 만들어낸 제자들의 변화
예수님의 기도를 배운 제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이 이야기가 유익한 것은 기도의 실패와 성공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여 주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기도를 배웠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그들은 신앙에서 실패했고, 끝내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제자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쳤던 이들과 시간상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그들은 담대하게 예수님을 증거하고 고난과 역경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자는 이 변화의 원인을 예수님의 기도를 실제로 실천한 데서 찾는다.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다양한 기적들은, 기도를 실천한 제자들이 예수님의 신앙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늘날 누가복음의 제자들을 닮은 우리에게 이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도전이다.
지식을 넘어 실천으로 이끄는 기도의 안내서

〈예수님의 기도〉는 기도에 관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기도에 실패했던 제자들이 어떻게 위대한 사도들로 변화되었는지를 보여 주면서, 우리도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의 삶을 살아갈 때 주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빚어져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음을 증언한다.
기도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기도를 알지만 계속해서 실패하는 사람에게도,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바르게 기도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사도행전의 제자들처럼 하나님의 기도를 드리며 이 땅에서 맡겨진 사역을 감당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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