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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문화 행사 소식] 활자와 색채로 여는 가을의 문턱

by faith.log 2026. 8. 31.

[2026년 9월 문화 행사 소식] 활자와 색채로 여는 가을의 문턱

9월, 폭염이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학기가 다시 시작되고 서점가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신간들이 쌓인다. 무더위에 미뤄두었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좋은 계절이고, 특히 9월은 독서의 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서 책과 관련된 자리가 열린다. 이달에 모은 네 가지 이야기는 책에서 시작해 색채로 번진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아트북 페어에서 동대문구의 가족형 독서 축제로, 다시 홍대의 팝아트 전시에서 강남의 건축 거장 회고전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 본다.


1. 디자인과 활자가 만나는 자리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책이 종이 위의 글자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자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디자인과 출판의 경계에서 작업해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트북 페어다. 매년 세련된 그래픽과 아이덴티티로 눈길을 끌어온 이 행사는, 책을 하나의 완결된 사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표지의 질감, 종이의 결, 판형의 비례까지 모두 저자의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올해 슬로건은 "독자가 창작자가 되는 곳"이다. 책을 소비하는 자리와 만드는 자리 사이의 경계가 이 사흘 동안은 허물어진다는 뜻이다. 행사 기간에는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와 출판 관계자들의 강연과 세미나도 함께 진행된다. 독자로서 책을 소비하는 데 익숙한 이들에게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뒷면을 들여다볼 기회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무게감과, 아트북 특유의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정서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 페어만의 독특한 균형이 생겨난다.
 
가을 학기가 막 시작된 9월 중순, 책상 위에 새로운 문구류 하나 더하듯 이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작은 책 한 권을 데려와도 좋을 것이다.
 
< 행사 정보 >

  • 행사 장소: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서울시 서초구)
  • 행사 기간: 2026년 9월 11일(금) ~ 9월 13일(일)
  • 행사 시간: 9/11(낮 12시~오후 8시), 9/12(오전 11시~오후 7시), 9/13(오전 11시~오후 7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01

2. 책과 몸이 함께 뛰노는 하루 — 2026 동대문구 페스티벌

같은 주 토요일, 동대문구청 앞마당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자리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며 책을 만나는 자리로 바뀐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열리는 이 행사는 "책력장-펼쳐라 책, 뛰어라 몸!"이라는 주제로, 기존의 정적인 독서 방식에서 벗어나 책과 놀이와 신체 활동을 함께 즐기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미래광장에서는 책을 읽는 활동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독서 피트니스', 전래동화를 몸으로 표현하며 즐기는 '몸으로 읽는 책' 등이 운영된다. 독서를 정적인 실내 활동으로만 여기던 이들에게는 낯설지만 반가운 제안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선 가족이라면 오후 한나절을 통째로 이 광장에서 보내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참여는 무료다.
 
앞서 소개한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여준다면, 이 자리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몸짓을 보여준다. 같은 9월, 같은 도시 안에서 책이 얼마나 다른 얼굴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나란히 확인할 수 있는 한 주다.
 
< 행사 정보 >

  • 행사 장소: 동대문구청 미래광장 및 다목적 강당
  • 행사 기간: 2026년 9월 12일(토)
  • 행사 시간: 낮 12시 ~ 오후 5시 (다목적 강당: 오후 1시~5시)
동대문구청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 145

3. 행운을 찾아 떠나는 6개의 필립 예니카 기획전 〈럭키 럭키 럭키〉

홍대 한복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건물 전체를 채운 이 전시는 9월 19일이면 막을 내린다. 독일 작가 필립 예니카의 첫 내한전으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이 우연히 붓을 든 순간부터 자신만의 색채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115점 원화와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때 NBA 농구선수를 꿈꿨던 그는, 이루지 못한 꿈이 오히려 그림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행운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전시는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돼 관람객이 마치 여행자처럼 공간을 이동하게 만든다. 입장할 때 받는 'Jenikae PASSPORT'는 공항에서 체크인을 마친 여행객의 설렘을 흉내 낸 장치다. 3층에서는 베를린과 리스본의 클럽, 방콕의 바를 연상시키는 도시의 밤을 강렬한 색감으로 옮겨 놓았고, 2층 '럭키한 필립의 방'에서는 핀과 실로 지도 위에 자신만의 행운 경로를 직접 그려보는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스탬프를 모두 찍고 관람 미션을 완료하면 작은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정통 미술 교육의 문법을 벗어난 자유로운 색채와, 관람객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참여형 구성은 이 전시를 단순한 감상의 자리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다. 곧 종료를 앞둔 만큼, 이번 달 안에 발걸음을 서둘러야 할 전시다.
 
< 전시 정보 >

  • 전시 장소: 띠아트 뮤지엄 홍대(서울 마포구)
  • 전시 기간: 2026년 6월 19일 ~ 9월 19일
  •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 ~ 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띠아트뮤지엄 홍대서울 마포구 양화로16길 14-16

4. 곡선으로 완성되는 100년의 헌사〈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강남 신사하우스에서는 스페인이 낳은 건축 거장 안토니 가우디를 기리는 전시가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1926년 그의 비극적인 서거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 그리고 그의 대표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중앙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마침내 완공되는 해에 맞춰 기획된 공식 월드투어 전시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순회에서 33만 명 이상을 모은 전시를 바탕으로, 서울만의 콘텐츠를 더해 새롭게 구성됐다.
 
전시가 열리는 신사하우스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건축가 승효상이 낡은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 공간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거칠게 지우기보다 여백으로 남겨두는 '빈자의 미학'을 담고 있다. 직선보다 곡선을, 인공보다 자연을 따랐던 가우디의 철학과 이 공간의 결이 서로 스며든다. 약 30점의 원본 작품 및 유물과 42점의 공인 레플리카가 건축, 자연, 구조, 상징이라는 일곱 개의 몰입형 테마로 펼쳐지며, 카사 바트요의 지붕과 빛을 재현한 미디어아트 공간에서는 도면과 모형으로만 남았던 미완성 프로젝트들이 3D 복원 기술로 눈앞에서 완성되어 간다.
 
배우 류승룡의 오디오 도슨트를 현장에서 QR코드로 무료 이용할 수 있어, 건축에 낯선 관람객도 편하게 곡선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100년 전 세상을 떠난 한 건축가의 미완의 꿈이 디지털 기술을 입고 서울 한복판에서 완성되어 가는 광경은, 이 가을 가장 오래 곱씹을 만한 여운을 남긴다.
 
< 전시 정보 >

  • 전시 장소: 신사하우스(서울 강남구)
  • 전시 기간: 2026년 8월 1일 ~ 10월 31일
  •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신사하우스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

 

마무리하며

9월은 또다른 시작의 계절이다. 학기가 열리고 계절이 바뀌고, 책장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채워진다. 이달 소개한 네 자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 시작을 기념한다. 활자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몸으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에서, 낯선 색채가 그려내는 행운의 지도에서, 그리고 백 년 전 한 건축가가 남긴 미완의 곡선에서. 무더위가 물러간 자리에 남은 선선한 바람을 따라, 이번 가을은 발걸음을 조금 더 멀리 옮겨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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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상을 잇는 기록. 작은 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삶의 깊이를 나누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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