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되짚는 근대 사회 비판

현대를 살아가면서 사회가 분명히 올바르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의 다양한 국제적인 사건들을 바라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비롯해서 최근의 이스라엘, 미국과 이란의 전쟁 그리고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 등은 마치 세계 제1차대전과 제2차대전을 야기했던 자국우선주의와 군국주의의 망령이 다시 힘을 키워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가 각 사회를 다양한 기준으로 극단적으로 분리하여 선동하고자 하는 정치적 상황들도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이 모든 문제를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실패한 유토피아 세계관과 실존주의를 다시 생각나게 한다. 오늘 read.log Ⓛ에서 다루고자 하는 책은 바로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장편 소설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 세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가장 독특한 설정은 바로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 세계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인간의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풀어가는 서술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이 출간된 이후부터 이와 같은 형식의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를 그려낸다는 설정은 인간 문명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하는 효과도 있어서, 작가가 당시 사회를 객관적으로 응시하고 있었음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의 중반부까지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지면서 초반의 이색적인 지점이 약화된 것이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점이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다소 약화시키는 아쉬운 지점이다.
서양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과 동양적 세계관이라는 대안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의 일본이다. 서양의 많은 학문과 제도들 그리고 문화들이 유입되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서양적 문화들을 우월하다고 인식해서 지금까지 이어온 전통적인 문화들(동양적 문화들)과 가치들을 배척하기 시작하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의 저자인 나쓰메 소세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서양적인 논리와 화술을 흉내 내는 인물들의 허세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주인공 고양이가 사는 집의 주인이 서양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동양적 세계관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모습을 통해서 그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서양의 인간 중심적이고 적극적인 사고 태도이다. 모든 세상의 문제를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고 자연과 전통을 무시하며 그것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파괴하는 해결책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대표적으로 소설에서 등장하는 예는 마을과 마을 사이에 위치한 산에 대한 생각이다. 산이 있으니 산을 부숴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지만, 이웃 마을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산을 넘지 않아도 만족스럽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현재 우리나라나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적 사고의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자연과 전통을 무시하고 모두 정복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던 자신들의 방식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동양적 세계관과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이 책이 상당히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서양인의 방식은 적극적, 적극적이라고 해서 요즘 꽤 유행하지만, 그것은 큰 결점을 지녔어.”
자국우선주의와 전쟁, 국민을 선동하는 정부에 대한 풍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연재가 시작된 시기는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서는 이 당시의 풍조에 대한 풍자와 비판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여러 부분에서 권위와 명분을 내세워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힘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국가와 권력이 대의를 내세워 국민을 동원하려는 방식에 대한 경계로 나타나고 있는 부분들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군사들을 위해서 의연금을 내라고 독려하는 편지를 읽고 꾸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나, 러일전쟁의 승리로 들떠있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나쓰메 소세키가 국민을 이용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권력과 부를 축적하려고 했던 정부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확인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들게 되는 것은 이것이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성별, 세대, 정치적 방향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이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동하는 정치인들을 어렵지 않게 이 시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국우선주의라는 이름 아래 국민들을 전쟁 속으로 집어넣는 각국의 지도자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정부를 비롯한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입에 담지 않는 이 아무도 없으나 누구도 본 것은 아니다. 모두가 들은 적은 있으나 아무도 만난 자가 없다. 대화혼 그것은 도깨비 같은 것인가?”
물독에 빠진 고양이를 통해서 바라보는 슬픈 현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결말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즐겁고 태연해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슬픔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발견한 고양이는 마치 사람처럼 술을 마시게 된다. 이로 인해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의 고양이는 실수로 물독에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물독에서 빠져나가고자 애를 쓰지만 결국 체념하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말은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비판하던 존재가 결국 어떠한 것도 바꾸지 못하고 그 사회 밖으로 조용히 퇴장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앞서 쌓아온 문명 비판과 전쟁, 권력에 대한 냉소를 풍자를 통해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이를 비판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함께 풍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태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현대 사회를 풍자를 통해 바라보게 하는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풍자를 통해서 근대 사회의 문제들을 독자들이 인식하게 하는 소설이다. 근대화와 전쟁,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고양이의 눈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성인들의 목소리가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막지 못했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지금 점차 퍼져나가고 있는 자국우선주의와 다양한 전쟁들, 그리고 여러 사회 집단들 간의 갈등에 대해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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