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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문 앞에서 | 에베소서 1장이 답하는 ‘나는 누구인가’

by faith.log 2026. 10. 22.

밤늦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에게 관리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에베소서 1장은 바로 이 오래된 물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으로 열린다.

 

faith.log 유튜브의 성경 필사 프로그램 「믿음의 기록」은 이제 에베소서 1장을 한 구절씩 옮겨 적기 시작한다. 첫 필사를 앞두고 필자는 1장이라는 문 앞에 잠시 멈춰 서 보려 한다. 문을 열면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바울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기에 성도들에게도 그것부터 말한다

바울은 편지 첫머리에서 자신을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나 바울"(1:1)이라고 소개한다.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을 다메섹 길에서 부르신 분은 하나님이었다(행 9:15). 그는 자기 이름 앞에 자기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두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독자들을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성도들"(1:1)이라고 부른다. 성도는 하나님이 불러 따로 세우신 사람이다. 스스로 거룩해서 얻은 이름이 아니라, 부르신 분이 붙여 주신 이름이다. '믿는'으로 옮긴 말에는 '신실한'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신분이 먼저 주어지고, 신실한 삶은 그 신분에서 흘러나온다.

성도가 누리는 복은 삼위 하나님의 선물이다

인사를 마친 바울은 숨도 고르지 않고 찬양을 쏟아낸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에베소서 1:3, 새번역)

 

3절부터 14절까지는 헬라어 원문에서 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긴 찬양이다. 그 안에서 바울은 성도의 정체를 세 번에 걸쳐 말한다. 아버지는 창세 전에 우리를 택하셨고(1:4), 아들은 그의 피로 우리를 속량하셨으며(1:7), 성령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소유라는 날인을 찍으셨다(1:13-14).

 

필자가 이 단락에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은 택하심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이나 선행을 미리 보시고 택하신 것이 아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고백하듯, 오직 값없는 은혜와 사랑으로, 그분의 기쁘신 뜻을 따라 택하셨다(1:5, 11;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5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답이 내 안이 아니라 창세 전부터 하나님의 뜻 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두렵기보다 깊은 안도를 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복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는 EP.1 영상과 교재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두었다.

모든 복의 목적은 찬양이다

이 긴 찬양에는 같은 고백이 세 번 되풀이된다.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신다는 고백이다(1:6, 12, 14). 하나님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으신다. 우리를 자기 영광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만드신다.

 

그래서 성도의 정체는 단지 ‘구원받은 사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도는 찬양하는 사람이다. 감옥에 갇힌 바울이 에베소서를 불평이 아니라 찬양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바울은 성도들이 이 복을 눈으로 보게 되기를 기도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 복을 받고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찬양을 마친 바울은 곧바로 무릎을 꿇는다(1:15-23). 그가 구하는 것은 더 많은 복이 아니다. 이미 받은 복을 볼 수 있는 눈이다. 마음의 눈이 밝아져 부르심의 소망과, 성도들이 받을 상속의 풍성함과, 믿는 우리에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알게 되기를 기도한다(1:17-19).

 

그 능력은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신 능력이다(1:20). 그리고 바울의 기도는 뚜렷하게 교회에서 절정에 이른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 굴복시키시고, 그분을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입니다." (에베소서 1:22-23, 새번역)

 

나 한 사람의 정체에서 시작된 1장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로 끝난다. 나는 혼자서 구원받은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에 더해진 한 지체다. 이 실마리가 2장으로 이어진다.

은혜의 문을 지나 이제 한 구절씩 옮겨 적는다

"나는 누구인가." 쇼펜하우어는 답하지 못했지만, 에베소서 1장을 읽은 성도는 답할 수 있다. 창세 전에 택함을 받고, 그리스도의 피로 용서받고, 성령으로 날인된 하나님의 성도. 그 이름은 우리의 성취가 아니라 은혜에서 왔다.

 

1장의 전체 흐름은 EP.1 〈은혜의 문 앞에서 - 에베소서 1장〉에서 더 자세히 따라갈 수 있다.

 

첫 필사는 오늘 공개되는 EP.2, 에베소서 1장 1-2절 〈서신의 서문〉에서 시작된다. 바울이 자신과 성도들을 부른 그 첫 문장을 내 손으로 다시 써 보는 것이다. 새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공개되고, 멤버십 회원은 하루 앞선 일요일에 먼저 볼 수 있다. 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을 들고 은혜의 문을 함께 열어 보자.


첫 필사는 10월 26일에 공개되는 EP.2, 에베소서 1장 1-2절 〈서신의 서문〉에서 시작된다. 바울이 자신과 성도들을 부른 그 첫 문장을 내 손으로 다시 써 보는 것이다. 새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공개되고, 멤버십 회원은 하루 앞선 일요일에 먼저 볼 수 있다.

 

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을 들고 은혜의 문을 함께 열어 보자.


▶ 「믿음의 기록」 에베소서 시즌 전체 영상 보기

 

믿음의 기록 | 에베소서

에베소서를 손으로 옮겨 적으며 천천히 읽어요. '에베소서와 마주하기 전에'로 시작해서 1장부터 6장까지, 말씀 살피기와 필사 영상을 순서대로 담았어요. 매주 월요일 새 영상이 올라와요.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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