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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서와 마주하기 전에 | 감옥에서 찬양을 쓴 사도 바울의 편지

by faith.log 2026. 10. 21.

감옥에 갇힌 사람이 편지를 쓴다면 철 문장은 무엇일까.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로마에 갇혀 있던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 에베소서는 짧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찬양부터 터뜨린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에베소서 1:3, 새번역)

 

faith.log 유튜브의 성경 필사 프로그램 「믿음의 기록」이 이 편지, 에베소서와 함께 새 시즌을 연다. 매주 월요일 영상을 따라 한 단락씩 손으로 옮겨 적고, 본문 설명과 묵상 질문으로 말씀을 곱씹는 프로그램이다. 첫 펜을 들기 전에, 필자는 이 편지 앞에서 먼저 걸어 보아야 할 몇 가지 장면을 꺼내 보려 한다.

사슬에 묶인 사도는 불평 대신 찬양을 썼다

바울은 갇힌 몸이었다(4:1; 6:20). 그런데도 편지 어디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가 겪는 환난 때문에 낙심하지 말라고 독자들을 다독인다(3:13). 편지 앞부분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긴 노래가 있고, 두 번의 길고 간절한 기도가 그 뒤를 잇는다. 편지 전체가 찬양과 기도로 감싸여 있는 셈이다.

 

20세기 영국의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는 로마서가 복음을 가장 순수하게 담은 편지라면, 에베소서는 복음을 가장 장엄하게 담은 편지라고 평가했다. 필자는 그 장엄함이 화려한 문장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 내 형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다. 이 독특한 편지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는 EP.0 영상과 교재에 한눈에 정리해 두었다.

복음은 여신의 도시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에베소는 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항구 대도시였다. 도시의 중심에는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힌 아르테미스 신전이 서 있었고, 그 신전은 예배당이면서 동시에 은행이었다. 성경은 이 여신을 '아데미'라고 부른다.

 

바울이 이 도시에서 두 해 넘게 말씀을 가르치자 일이 벌어졌다. 신상 모형을 만들어 팔던 은장색들의 생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성난 군중은 극장에 모여 두 시간 동안 여신의 이름을 외쳤다(행 19:23-34). 종교와 돈이 한 몸처럼 얽힌 도시였다.

 

그 도시에서 이방인들이 그리스도를 믿었다. 에베소서는 바로 그들에게 보낸 편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문장이 다르게 들린다. 돈과 우상이 다스리던 거리에서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이라는 말은 얼마나 낯설고 또 눈부셨을까. 에베소가 어떤 도시였고 그곳에 교회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는 영상에서 더 자세히 따라가 볼 수 있다.

에베소서는 '기억하라'와 '이제부터' 두 말로 요약된다

편지의 앞부분에서 바울은 독자들에게 "기억하라"고 말한다(2:11). 한때 소망도 없고 하나님도 없이 살던 사람들이(2:12) 이제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2:19). 후반부에 이르면 바울의 어조가 바뀐다.

"그러므로 나는 주님 안에서 간곡히 권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방 사람들이 허망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이 살지 마십시오." (에베소서 4:17, 새번역)

 

순서가 중요하다. 바울은 거룩하게 살아서 구원을 얻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은혜로 이미 받은 구원을 먼저 기억하게 하고(2:8-9), 그 구원에 어울리는 삶을 나중에 권한다(2:10). 구원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삶의 출발점이다.

이 편지는 오늘의 교회에도 같은 물음을 던진다

에베소서를 처음 받은 사람들과 오늘 우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믿는다고 말하지만 구원의 확신이 흐릿하고, 교회는 다니지만 생각하는 방식도 살아가는 방식도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한국 교회는 잦은 다툼과 분열을 겪었고, 숫자를 늘리는 동안 서로를 세우는 일은 놓쳐 왔다.

 

그래서 에베소서는 지금 우리에게도 묻는다. 나는 정말 구원받은 사람인가. 나는 빛의 자녀답게 살고 있는가. 우리 교회는 하나 됨을 지키며 함께 자라 가고 있는가. 필자는 이 물음들에 서둘러 답하기보다, 여섯 장을 한 글자씩 옮겨 적으며 천천히 붙잡아 보려 한다.

펜 끝에서 말씀은 천천히 머문다

눈으로 읽을 때 쉽게 지나쳤던 단어 하나가 펜 끝에서는 천천히 머문다. 특히 1장 3-14절의 찬양은 헬라어 원문에서 끊김 없이 이어지는 한 문장이다. 따라 적다 보면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찬양을 이어 가던 바울의 벅찬 마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감옥에서 쓴 찬양을 오늘 우리의 손으로 다시 쓰는 일, 「믿음의 기록」이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에베소서의 배경과 구조는 EP.0 〈에베소서와 마주하기 전에〉에서, 1장의 흐름은 EP.1 〈은혜의 문 앞에서 - 에베소서 1장〉에서 먼저 만나 볼 수 있다. 첫 필사는 10월 26일(월)에 공개되는 EP.2, 에베소서 1장 1-2절 〈서신의 서문〉에서 시작된다. 새 영상은 매주 월요일에 공개되고, 멤버십 회원은 하루 앞선 일요일에 먼저 볼 수 있다.

 

펜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이면 충분하다. 바울이 처음 독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한 구절씩 적어 가며 받은 구원을 기억하고 그 구원에 어울리는 삶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란다.


▶ 「믿음의 기록」 에베소서 재생목록

 

믿음의 기록 | 에베소서

에베소서를 손으로 옮겨 적으며 천천히 읽어요. '에베소서와 마주하기 전에'로 시작해서 1장부터 6장까지, 말씀 살피기와 필사 영상을 순서대로 담았어요. 매주 월요일 새 영상이 올라와요.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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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 멤버십에 함께하시면 영상과 함께 쓰는 필사 교재를 받아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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